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 그리고 그 한계
요즘 우리는 뉴스 기사부터 광고 문구, 고객 응대용 대화까지 AI가 만들어낸 글을 흔하게 접합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시나 소설, 에세이조차도 AI가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심지어 유명 시인의 문체를 학습한 AI가 그 시인과 매우 유사한 문장 구조로 시를 창작하는 것도 가능해졌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AI가 시를 쓸 수는 있지만, 진짜 시인이 될 수는 있는가?”
이 질문에는 AI의 본질적 한계와 인간 창작자의 본질에 대한 깊은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철학적, 감성적, 기술적 관점에서 조명해 보겠습니다.
AI는 ‘경험’을 하지 않는다: 시의 뿌리는 체험이다
시란 단순히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운율 있는 문장이 아닙니다. 시는 삶을 살아낸 자의 언어이며, 내면의 진동을 세상과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인간은 사랑에 빠지고, 상실을 경험하며, 외로움과 기쁨을 느낍니다. 이 복잡한 정서와 경험은 시 속에서 비유와 은유로 표현되며, 독자의 공감과 울림을 자아냅니다.
AI는 이러한 체험을 하지 않습니다. 기계는 배고픔도 모르고, 이별의 아픔도 겪지 않습니다. 인간의 시가 삶의 응축된 결정체라면,
AI의 시는 데이터의 조합일 뿐입니다.
시인의 사유와 존재의 무게, AI는 흉내 낼 수 없다
시를 쓰는 행위는 단순한 문장 작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유하는 인간의 행위입니다. 시인은 존재를 성찰하고, 세계를 관찰하며, 언어로 그 통찰을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단순한 이별의 이야기를 넘어 체념과 순애보라는 복합적 정서를 전달하며, 독자의 심장을 울립니다.
AI는 사유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존재를 고민하거나, 의미를 찾거나,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시인의 시는 그 사유의 결과이지만, AI의 시는 패턴과 확률의 산물입니다.
창작의 ‘의도’가 없는 AI, 시를 쓸 이유도 없다
진정한 시는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 사랑을 기록하기 위해, 혹은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인간은 시를 씁니다. 다시 말해 동기와 의도가 있습니다.
반면 AI는 자신이 왜 시를 쓰는지 모릅니다. 그저 명령을 받고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문장을 생성할 뿐입니다. 목적 없는 창작은 진정한 창작이 아닙니다. 이는 AI가 시인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공감과 울림,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의 진폭
우리는 좋은 시를 읽을 때 울거나 웃고, 때론 멍하니 한 줄의 문장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이런 공감과 감정의 진폭은 인간이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입니다.
AI는 감정을 “모사”할 수는 있지만, 창조하거나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렇기에 AI가 만든 시가 아무리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운율이 좋더라도, 독자의 마음을 깊이 울리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언뜻 감동적인 듯하지만, 결국은 텅 빈 껍데기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시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그것이 예술가가 되지는 않습니다. 예술은 기교와 기술을 넘어선 차원, 곧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입니다.
시를 잘 쓰는 것과 시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시인은 세상을 느끼는 감각, 그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통로, 그리고 그 표현이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것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여깁니다. AI는 이러한 예술적 소명이나 존재 이유를 가질 수 없습니다.
시의 미래, AI와 인간의 협업 가능성은?
그렇다면 AI는 시 창작에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AI는 시 창작의 보조 도구로서 가능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시어 추천, 비유 생성, 특정 문체 학습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심은 여전히 인간입니다. AI는 시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시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단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창작이라는 행위의 본질적 이유 때문입니다.
AI가 시를 쓸 수는 있지만, 시인은 될 수 없다
AI는 시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유리로 만든 모조 다이아몬드처럼, 빛나지만 본질이 다른 것입니다.
진정한 시는 인간의 삶, 감정, 사유에서 비롯됩니다. AI가 시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단지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 본질적 자격 요건-경험, 감정, 의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단어를 고르는 자가 아니라, 세계를 느끼는 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역할은 오직 인간만이 해낼 수 있었습니다.